경성 재계의 최고 권력 가문의 후계자인 고인성은 여자를 곁에 두지 않는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손목에는 검은 염주를 차고 다니며, 당장이라도 세속을 떠나 출가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친구들이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기며 흥청망청할 때도 그는 늘 한결같았다.“난 흥미 없어. 이해는 안 되지만, 존중할게.”하지만 고인성도 결국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고성진의 결혼 압박에 질려버린 그는 마침내 폭탄선언을 했다.“저 결혼 안 해요. 차라리 출가하겠습니다.”그제야 고성진의 얼굴에 진짜 위기감이 스쳤다.한편, 진짜 딸의 대타로 살아왔던 송유리는 송씨 가문이 진짜 딸을 찾으면서 집에서 쫓겨났다. 부모도, 기댈 곳도 없는 그녀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비웃음까지 샀다.손에 쥔 것 하나 없는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술집에서 서빙을 하던 송유리는 실수로 잘못 들어간 방에서 마침 고인성을 마주쳤다.“너... 네 몸에서 나는 이 향기는 뭐야? 최면이라도 걸려고? 그런 거라면 성공했어.”그날 이후, 고인성은 ‘송유리’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독에 중독된 사람처럼 변해버렸다.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극진한 다정함은 마치 영혼이라도 내어줄 것 같았고, 그녀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었다.예전에는 모두가 퇴근해도 혼자 남아 밤늦게까지 일하던 고인성이었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에 퇴근 준비를 마치는 게 일상이었다.“효율적으로 일하죠? 퇴근할 시간이 됐으면 다들 퇴근해야죠.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갑니다.”'도대체 누가 누굴 기다리는 건지... 참...'사무실에 남은 직원들은 허탈하게 웃었다.그들은 여전히 일에 치여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고인성은 사랑에 빠진 ‘순정남’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