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오후에 수업이 없었던 송유리는 일찍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는 송혁수에게 카페에서 보자는 문자를 보냈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되어도 송혁수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한 시간 뒤, 송혁수가 어슬렁어슬렁 카페에 나타났고 그녀를 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그녀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
“할 얘기가 있어서요.”
“네가 나한테? 네가 무슨 자격으로?”
“어젯밤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눈빛이 살짝 흔들리던 그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송혁수는 진우정에게 돈을 쥐여주고 그녀가 대신 모든 일을 덮어쓰도록 하였다.
“진우정한테 시킨 사람이 당신이죠?”
송유리는 이를 악물며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날 그 남자의 침대로 보낸 사람도 당신이고요.”
그 말을 하면서 송유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눈앞의 이 남자는 그녀가 존경하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녀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지?
송혁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단호하게 부인했다.
“당연히 내가 아니지. 증거 있어?”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혁수와 협상을 하러 온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이성적으로 대해야 했다.
“당신이 한 일인데 증거를 찾기가 어려울까요? 들으셨죠? 제 변호를 맡은 사람이 구강모 변호사예요. 구 변호사님의 능력은 당신도 잘 알 거잖아요. 이미 증거도 손에 넣었으니 당신을 기소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
끝까지 잡아떼려고 했는데 구강모의 이름을 듣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재판에서 백전백승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 그는 단 한 번도 소송에서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실력이 대단한 사람한테 찍히게 되었으니 무사히 물러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송혁수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할머니가 지금 저러고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