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휴지를 받아들려고 손을 뻗던 송유리는 고인성의 말을 듣자마자 다시 손을 내렸다.
고인성 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모습만 보이면 점점 더 그에게 놀아날 것 같아서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기 위해 송유리는 우습지만서도 거절을 택했다.
“필요 없어요.”
소매로 눈물을 닦을지언정 자신이 건넨 휴지는 받지 않는 송유리를 보며 고인성이 물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송유리는 그 말에 답을 하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송유리!”
귀먹은 사람처럼 아예 대꾸도 해주지 않는 그녀에 화가 치밀어오른 고인성은 이진우를 향해 소리쳤다.
“차 세워.”
그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이진우는 깜짝 놀라 급정거를 하고는 가림막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까 차가 너무 많아서... 괜찮으세요?”
“...”
“차 세울까요?”
“길옆에 세워.”
“네.”
이진우는 송유리를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고인성을 화나게 한 대가가 차에서 쫓겨나는 거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송유리도 자신이 쫓겨나는 줄로 알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인성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어차피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데 내려서 바람이라도 쐬면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았다.
마침내 차가 길가에 세워지고 뒷좌석의 문이 열렸다.
송유리가 알아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고인성이 그녀보다 빨리 차에서 내려버렸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빠르게 내리는 그를 송유리와 이진우는 함께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송유리를 쫓아내려는 듯한 말투였기에 이런 전개가 당황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꺼져.”
이진우는 차에서 내린 그가 하는 지시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의 말을 거역할 수도 없었기에 서둘러 차 문을 닫고 액셀을 밟았다.
차는 빠르게 고인성에게서 멀어져갔고 송유리와 이진우는 더 이상 그가 보이지 않을 때에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누가 누구한테 꺼지라고 하는지, 참 난감한 상황에 이진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마음은 진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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