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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의 조합은 어디서든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시장에서도 고인성과 송유리는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손서우의 팔을 살짝 당겼다. “서우 언니, 저기 진짜 고인성 대표님 아니에요? 고 대표님이 비트 타운에 온 게 몇 번은 되지만, 저는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네요. 언니는 많이 봤을 거 아니에요! 잘 좀 봐봐요!” 손서우는 친구의 손길에 이끌려 고인성과 송유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한눈에 두 사람을 알아본 손서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고인성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어떻게 못 알아볼 수 있겠어? 저건 분명히 고인성이 맞아!’ 친구는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우 언니, 진짜 고 대표님 맞아요? 맞죠?” 손서우는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 대표님 맞아.” “헉? 진짜 고 대표님이야? 고 대표님이 이런 곳에서 야식을 드시다니!” “와... 진짜 상상도 못 했어. 저 신입, 겉보기엔 조용하고 순진해 보이길래 진짜 순수한 줄 알았는데, 보통 손님들로는 성에 안 찼나 보네.” “신입이 은근히 수작을 부리더라니까. 평소엔 가만히 있더니, 한 번 나서니까 바로 고급 코스를 밟아버리네.” “고 대표님을 이런 야시장까지 끌어낼 정도면,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야!” 누군가는 시샘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 대표님이 이런 데 와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해서 온 거겠지. 걔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겠어.” 손서우의 눈빛에는 질투와 원망이 가득했다. 오늘 룸에서부터 그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고인성은 다른 여자들이 가까이 오는 걸 전혀 반기지 않았지만, 유독 송유리에게는 술을 따라주는 것을 허락했었다. ‘근데 이젠 비트 타운을 벗어난 데다, 함께 야식까지 먹으러 온 거야? 이렇다 할 매력도 없어 보이는 애가 대체 어떻게 고 대표님을 유혹한 거지?’ 질투심에 이성을 잃어가던 손서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더니, 고인성과 송유리가 있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 두 사람은 말없이 야식을 먹었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고인성의 앞에 놓인 비어있는 플라스틱 용기가 눈에 들어오자, 송유리가 피식 웃었다. “뭐가 웃겨?” 송유리는 고인성의 예전 말을 흉내 내듯 말했다. “이런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 담으면 유해 물질 나온다고 하셨던 말이 떠올라서요...” “...” 고인성은 금세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정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한두 번은 괜찮아도 평소엔 자제해. 나중엔 후회해도 늦어.” “알겠어요.” 송유리는 고인성이 걱정 많은 할아버지처럼 이렇게 잔소리할 줄은 몰랐다는 듯 흠칫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군만두 가게 사장님에게 계좌이체 해 드렸다. “사장님, 군만두 값 결제했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여전히 분주하게 군만두를 굽고 있었다. 송유리는 뒤돌아 고인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배도 불렀으니 이제 집에 가서 쉽시다. 대표님도 빨리 돌아가서 쉬세요. 자주 밤을 지새우면 건강에 안 좋아요.” 고인성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큰 키와 당당한 체격은 좁은 야시장에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데려다줄게.” 송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우리 집이랑 방향 다를 것 같아요. 저는 그냥 택시 타고 갈게요. 밤에 택시비는 가게에서 지원해 주거든요.” “그러면 카톡이라도 추가해.” “네?” 송유리는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고인성 대표님이 먼저 카톡을 추가하자고 제안한다고? 이거 꿈인가?’ 하지만 고인성의 표정은 진지했다. “오늘 야식값도 돌려줄 겸...” “아니에요! 제가 사는 거예요.” “네가 왜 사?” 송유리는 순간 멍해졌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던 그녀는 이렇게 대놓고 거절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참, 진짜 까다로운 사람이네!’ 송유리는 이 남자와는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 기복이 워낙 심한 사람이라, 언제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그녀를 ‘잡아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가 부른 택시가 곧 도착한다고 뜨네요!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마치 다시는 만날 일이 없다는 듯,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고인성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왠지 모를 서운함이 가슴 깊숙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 송유리는 교차로에서 예약한 택시를 찾아 조심스럽게 올라탄 후,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휴대폰 뒷자리 번호를 알려주고는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야시장 근처를 벗어나자, 인적이 드물었고 가끔 한두 대의 차만이 고요한 거리를 지나쳤다. 송유리는 문득 고인성이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겨우 야식 한 번 사겠다는 말 때문에 갑자기 또 차갑게 돌변한 거야?’ 송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성격 참 이상해.’ 그때였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띠링!’하고 진동했다. 화면을 보니 손서우의 메시지였다. ‘손서우? 이 시간에?’ 송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채팅창을 열었다. 평소 손서우와는 거의 대화가 없었고, 두 사람은 서로 카톡을 추가했을 때 가볍게 인사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채팅창에 뜬 건 다름 아닌 사진 한 장이었다. 바로 그녀와 고인성이 함께 야식을 먹던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곧이어 메시지가 올라왔다. [내가 알기로 황이진도 고 대표님과 가까운 사이던데. 만약 황이진이 네가 자기 스폰서를 꼬시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까?] 송유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스폰서? 이진 언니와 고인성 대표는 그런 사이였던 거야?’ 하지만 송유리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 ‘고인성이 따라와서 함께 야식을 먹자고 했던 건데,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송유리는 손을 떨며 메시지를 보냈다. [뭘 원하는데요?] 손서우의 답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돌아왔다. [2천만 원만 보내줘. 그러면 사진은 깨끗이 지울게.]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협박이라니? 그렇게 나쁘게 생각할 건 없잖아. 난 그저 가격을 제시했을 뿐이야. 살지 말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지. 안 사도 돼.] 송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솔직히 사진을 보게 되면 황이진이 오해할까 봐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손서우의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정면으로 맞서자.’ [돈 없어요. 거절할게요.] 손서우의 답장도 곧바로 도착했다. [좋아. 그건 네 선택이니까. 나도 더 이상 봐주는 거 없을 거야.] 송유리는 메시지 창을 닫았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황이진의 프로필 사진 위에서 멈췄다. ‘차라리 지금부터 어떻게 이진 언니한테 설명할지 고민하는 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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