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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장

기묵비는 맞춤 한정판 정장을 입고 깔끔하고 따뜻한 외모로 만화 속 주인공처럼 남자답고 청량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것은 바로 말 그대로 금욕의 남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 모녀가 어제 보았던 그 궁상맞은 얼굴이 아니었다. 백열과 그녀의 어머니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기묵비는 긴 다리를 내딛고 차가운 표정으로 눈앞의 두 여인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어 명령하였다.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던져 버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기 사장님.” 부하들은 즉시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방에 있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내던졌다. 기묵비는 느릿느릿 서두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당신 왜 우리 집 물건을 던져 버리라고 해. 내가 감히 누군 줄 알고...” 백열의 어머니는 말을 하다가 말고 기묵비를 보고 천천히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 잘생긴 옆얼굴은 부드러웠으나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다. “여기는 내 아내 초요의 집인데 난 내 아내를 대신해 원래 그녀의 것이었던 것을 되돌려 놓고 있어.” 백열의 어머니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계집애 물건이 어쩌고 어째! 그 계집애 부모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죽었고 그 계집애도 이미 죽었어. 당신 지금 차 몇 대 빌려서 사람을 시켜 이런 짓을 하면 이 집을 뺏을 수 있을 줄 알고 이러나 본데. 정말 당신이 무슨 텔레비전에 나오는 재벌 총수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어!” 기묵비는 처음에는 표정이 그렇게 냉담하지 않았으나 이 여인이 그런 천박하고 야박한 말로 초요를 거론하고 심지어 초요가 죽었다는 말을 뱉어내자 마치 그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기묵비의 온몸에 한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한 마디만 더 하면 내려가서 내 아내와 함께 있게 해 주지.” “...” 백열의 어머니는 당황하여 침을 삼켰다. 그녀는 기묵비가 일부러 겁주려는 척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정말로 그녀는 확실히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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