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장
기묵비는 눈빛이 무거워졌고 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난 초요의 남편이에요.”
"뭐? 당신이 그 계집애의 남편이라고?"
"당신... 정말 내 사촌 언니 초요의 남편이에요?"
그 모녀는 동시에 충격을 받아 어안이 벙벙하였다.
기묵비는 그녀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들에게 단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요. 여길 나가세요."
"뭐라고? 이사 가라구요? 그 죽일 계집애가 떠난 지 몇 년이나 지났고 이 집은 오래전부터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구요"
중년 여인은 의기양양하게 두 팔을 들어 위아래로 기묵비를 쓱 훑어 보였다.
두 눈에는 경멸하는 빛이 가득한 채로 말을 이었다.
"아이구. 난 그 죽일 계집애의 눈이 높은 줄 알았더니 결국 이런 빈털터리를 찾아 집을 돌려받아서 신혼집을 만들겠다고? 어림도 없지!"
“당신같이 이런 다 큰 어른이 집도 한 채 못 사는데 무슨 마누라야!”
기묵비는 차가운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그 여자는 곁눈질로 한 번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져오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벌벌 떨렸다.
“하루 안에 여기서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 방식대로 당신들을 내쫓을 겁니다.”
“...”
기묵비는 두 모녀에게 경고를 한 후 돌아서서 가버렸다.
"죽일 놈. 지 마누라랑 집을 뺏으려 오다니. 그런 생각일랑 하지도 마!"
중년 여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보아하니 자기 집 딸이 기묵비를 따라 나간 것 같았다.
기묵비는 마을 사람들에게 초요의 부모가 안장된 곳을 알아보았더니 사월산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초요의 유골함을 안고 도구를 가지고 한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초요의 부모가 안장된 자리를 찾았다.
그는 그 주변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자마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다 파낸 후 그는 유골함과 초요가 평소 즐겨 입었던 옷을 땅에 묻었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붓을 들고 나무판 위에 ‘사랑하는 아내 초요의 묘. 남편 기묵비 세움'이라는 글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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