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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5장

영내문은 매우 진지한 태도로 일관했고 마치 소군연과 예선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하는 것 같은 자세로 말했다. 예선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자 영내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선 언니, 지금 이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언니도 군연 오빠가 가족들과 언니 사이에서 곤란해지는 거 원하지 않잖아요?” 예선은 잠시 몇 초 동안 잠자코 있다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영내문을 치켜세웠다. “영내문 씨, 당신이 이렇게 이해심이 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마 다른 여자 같았으면 절대 이런 일 하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 영내문은 이 말을 듣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나와 군연 오빠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다시피 했어요. 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었지만 난 줄곧 군연 오빠를 친오빠처럼, 그리고 군연 오빠의 할아버지를 내 친할아버지처럼 여겼어요. 난 정말 할아버지가 아파서 누워 계신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난처해하는 군연 오빠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었어요.” 영내문의 말투에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듯했다. 예선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영내문은 이를 보고 살짝 실망한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예선 언니라도 바로 승낙하기 어려울 거예요. 비록 내가 군연 오빠와 가짜로 약혼하는 걸 알고 있더라도 눈앞에서 묵도하기는 힘들 거예요. 나 언니 이해해요.”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예선이 갑자기 입을 열어 단호하게 말했다. 영내문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예선 언니, 지금 승낙한 거예요?” “네.” 예선은 의아해하는 영내문의 시선을 한방에 걷어차듯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영내문을 바라보았다. “영내문 씨가 나와 군연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는데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죠.” “...” 영내문은 떨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이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니에요.” 예선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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