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4장
”경연이라는 이름 당신 잊었어?”
고승겸이 웃으며 되물었다. 남연풍은 물론 잊지 않았다.
그 당시 고승겸이 경연을 처리해야겠다고 말했을 때 그를 막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도 진작에 이 살인에 발을 담그고 있던 셈이었다.
남연풍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본 고승겸은 손을 들어 찬바람에 싸늘해진 남연풍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얼굴에 난 흉터가 황혼 빛에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살았어. 이전에는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어.”
고승겸의 눈빛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당신 이번에는 산비아에서 온 사람들에게 내 행적을 신고하지 않은 것 같아, 그렇지?”
고승겸은 탐색하듯 물었다.
사실 그는 남연풍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긴장하던 모습을 본 순간부터 그녀가 무장 경찰들을 불러 그를 잡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남연풍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고승겸은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잘생기고 영민한 얼굴에 오랜만에 부드럽고 애틋한 미소가 떠올랐다.
“연풍, 우리에게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간다 하더라도 우리 사이는 예전처럼 될 수 없어. 그래서 오늘 밤만이라도 우리의 마지막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은 그의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눈빛은 너무나 온화했지만 그 온화함은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복잡한 감정을 실은 것 같았다.
남연풍의 마음이 지금처럼 안절부절못한 적은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승겸, 당신 돌아올 수 있어.”
남연풍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고승겸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나도 더 이상 도망 다니고 싶지 않아. 이젠 너무 지쳤어.”
그는 지쳤다고 말했다. 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쩌려고? 오늘 밤이 지나면 당신 경찰에 자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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