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3장
흑강당 건물을 빠져나온 고승겸은 남의 눈을 피해 약국으로 가서 상처를 소독할 수 있는 재료들을 샀고 상가 화장실에 몰래 숨어들어 다친 팔과 다리를 소독했다.
총상은 다른 외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고승겸은 아픈 건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총상은 사람을 참 애먹게 만들었다.
산비아에서 파견된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화장실에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던 고승겸은 남연풍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렸다가 상가를 빠져나왔다.
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서쪽 교외 부두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연풍은 택시에서 내려 운전기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휠체어를 타고 약속된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강자풍은 남연풍에게 자신도 함께 고승겸을 만나러 나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남연풍은 거절하고 혼자 나섰다.
석양 아래 가로등이 어슴푸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승겸은 해안가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이 그리 멀리 있지 않았지만 남연풍은 마치 천지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고승겸은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듣고 마음속으로 누가 왔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고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연풍은 그해 초여름 그가 길거리에서 만났던 그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변했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고승겸, 당신이 요구하는 대로 왔으니 이제 소만리와 기모진의 행방을 알려줘도 되지 않아?”
남연풍의 첫마디에 고승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겉으로는 철저히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모진과 소만리를 위해 날 만나러 온 거야?”
남연풍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맞아. 기모진과 소만리를 위해서 나왔어. 안 그러면 내가 왜 당신을 보고 싶어 하겠어?”
이 말을 듣고 그의 입가를 맴돌던 자조 섞인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남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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