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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장

소만리와 기모진이 집을 막 나서려는데 갑자기 기모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의 젊은 여인은 자신이 어느 병원 간호사라고 했다. 간호사가 하는 말을 듣고 기모진과 소만리는 의논을 했고 바로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남연풍은 침대에 누워 벽에 걸린 시계에 시선을 꽂은 채 1분 1초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다. 마침 병실 문이 열렸고 남연풍은 기대했던 소만리와 기모진이 온 줄 알았지만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고승겸이었다. 고승겸은 남연풍의 얼굴에 가득한 기대가 갑자기 실망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누굴 기다리고 있어?” 고승겸은 의아한 듯 물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승겸이 한 말은 무시한 채 눈을 감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그런 남연풍을 보며 고승겸은 침대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따가 나랑 같이 산비아로 갈 거야.” 남연풍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랑 산비아로 가지 않을 거야.” “돌아가면 안나와의 결혼은 파기할 거야. 그러면 당신은 명실상부한 내 아내가 되는 거야.” 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당당한 자작 공자가 하반신이 마비가 된 여자를 아내로 삼겠다고? 당신 집안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신 마음도 조금 있으면 변할 거야.” “내 마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당신의 목표는 산비아 왕실의 계승권인데, 나 같은 폐인이 당신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당신이 그 악마 같은 여자랑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이 말을 듣고 고승겸의 얼굴에는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이미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안나가 남사택과 초요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이미 벌어진 비극은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고승겸, 분명히 말해 두겠어. 당신과 나 사이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여기서 끝이야. 내 뱃속의 아이도 없어졌어. 이는 하늘도 우리가 함께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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