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장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예전에 그는 그녀를 이렇게 다정하게 불렀었다.
그녀가 작별 인사도 없이 그를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고승겸은 정말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연풍, 걱정하지 마. 당신이 어떻게 되든 내가 평생 돌봐 줄 거니까.”
고승겸이 다정한 목소리로 약속했다.
남연풍은 자신이 지금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고 눈물샘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눈물을 쏟아내었다.
남연풍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 고승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깜짝 놀란 눈으로 말했다.
“연풍, 당신 깨어난 거야? 깨어났어?”
남연풍은 더 이상 자는 척할 수도 없어서 붉어진 눈을 천천히 떴다.
그녀는 담담한 시선으로 고승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당신의 보살핌은 필요 없어. 그리고 당신과 함께 산비아로 돌아가지도 않을 거야. 난 죽어도 경도에서 죽을 거야. 내 고향, 내 부모님과 동생이 묻힌 곳에 같이 묻힐 거야.”
남연풍은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고승겸의 손에서 빼냈다.
“난 다시는 당신 보고 싶지 않아. 당신을 보면 내 동생과 무고하게 죽은 그 여자가 생각나.”
그녀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그를 보고 싶지 않다는 듯 그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고승겸은 그렇게 단호하게 저항하는 남연풍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마음속의 불쾌함이나 짜증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남사택과 초요는 안나가 저지른 화재로 죽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없다고?”
남연풍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와서 아예 관계를 끊으려는 거구나.”
“관계를 끊으려는 게 아니야. 그건 사실이야.”
“그럼 그게 사실이라고 쳐. 그래도 난 당신에 대한 미움이 너무 많아.”
“...”
“고승겸, 나와 당신은 마치 교차선 같아.”
남연풍은 눈물이 얼룩져 흐릿해진 시선으로 말했다.
“현격한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린 함께 했고, 가장 친밀했던 순간 우린 헤어졌지. 이게 당신과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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