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4장
검푸른 바다, 짭짤한 바닷바람.
사월산 앞에 그림처럼 그려진 봄 바다 내음.
그러나 눈을 떠보니 살랑대는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온몸을 에워싸는 것은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한 기운뿐이었다.
“솨아!”
파도가 이따금씩 밀려와 하릴없이 암초와 해안을 때렸다.
아무도 걷지 않은 모래사장 위 두 사람의 그림자만 길게 마주 보고 서 있다.
기묵비는 오늘 일부러 자신을 특별하게 보이려고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쯤은 예전의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신사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여길 찾았다.
예전과 달리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 비친 사람은 이미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의 초요는 작고 여린 순박함 그 자체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예전의 순수한 사랑은 이미 사라졌고 과거의 모든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내린 듯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후.”
바닷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파고들었지만 기묵비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마음은 뜨거웠다.
기모진이 이곳에서 초요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에는 경찰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에게 주어진 이 한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기묵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한참을 침묵 속에 빠져 있던 기묵비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초요.”
그저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뿐이고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왠지 낯선 공기가 묻어 있었다.
초요는 차분하게 기묵비를 바라보며 여전히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기 선생님, 아시다시피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 말씀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초요의 냉담함에 기묵비는 마음속으로 서운한 빛이 살짝 스쳤지만 그래도 그녀를 볼 수 있으니 좋았다.
그녀가 그에 대한 미련을 모두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다고 기묵비는 생각했다.
그는 애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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