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0장
”모진, 왜 그래?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녀가 물었다.
의아해하는 소만리의 목소리를 듣고 기모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스크린에 살짝 긋더니 마치 소만리에게는 어떤 내용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일어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소만리, 고승겸의 엄마랑 무슨 얘기를 한 거야?”
기모진이 물어보자 소만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움푹 패인 보조개에 사랑을 가득 담아 말했다.
“맞혀 봐.”
그녀가 뜸을 들였다.
그러나 기모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소만리를 바라보았고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매혹적이고 깊은 그의 눈에는 점차 시리고 아픈 빛이 번졌다.
“이렇게 활짝 웃는 당신 모습 정말 오랜만이야.”
말속에 그의 복잡한 심경이 다 묻어 있었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손을 들어 따뜻한 그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웃을 거야. 이렇게 항상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꼭.”
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저릿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녀가 그에겐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을 너무 늦게 깨달은 자신을 원망했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그녀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소만리.”
기모진은 소만리의 입술에 키스하며 그녀를 품에 안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많은 고난과 고초를 겪으면서 그는 일상적으로 누리던 평온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모진, 고승겸이 나와의 혼약을 취소하기로 했어. 이제 이곳에 더 이상 얽매여 있지 않아도 돼.”
기모진은 생각의 갈래에서 헤매던 자신을 불러들이며 소만리의 말에 응답했다.
“고승겸의 엄마가 당신을 찾아온 게 그 일 때문인 거야?”
“응, 오늘 저녁 호텔 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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