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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장

고승겸은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는 정중하게 물었다. 여지경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상당히 점잖았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려고 왔어. 소만리는 오지 않을 거야.” 여지경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지경의 대답을 듣고 고승겸의 표정은 한동안 굳어졌고 몇 초가 지나서야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걸 말해주려고 일부러 여길 오신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고승겸은 싱긋 웃으며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여지경도 고승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똑똑히 바라보았고 성큼성큼 책상으로 걸어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승겸에게 충고했다. “승겸아, 너는 어릴 적부터 아주 훌륭한 인재였어. 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걸 너무 신경 쓰다 보면 너 자신을 자꾸 가혹하게 몰고 가게 될 거야. 더 높은 곳, 더 멀리 있는 것을 쫓아가다 보면 너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더욱더 욕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 고승겸의 눈에 스쳐 지나가는 묘한 기운이 포착돼 여지경은 점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승겸아, 엄마는 네가 소만리와의 혼약을 취소하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산비아에서 무사히 떠나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듣고 있으니 고승겸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드리워지는 것 같았다. 여지경을 바라보는 그의 온화한 얼굴에는 다소 서운함이 묻어났다. “전 어머니가 제 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고승겸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고 서운함이 가득 드러난 얼굴을 보이자 강경했던 여지경의 태도도 조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승겸아,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언제나. 다만 이번일에서는...” “나도 알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구요.” 고승겸은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번에는 제가 이 일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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