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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장

초요가 병실에서 나오자 IBCI 직원들이 곧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기모진도 잠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을 접어두고 초요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눈물로 얼룩진 초요의 눈가와 뺨을 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기묵비 때문에 우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모진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초요에게 내밀었다. “당신 예전에 일어난 일이 생각난 거야, 그렇지?” 초요는 기모진이 건네준 손수건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네. 전부 기억났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했던 모든 냉혈하고 잔인한 일들이 모두 기억났어요.” 초요는 모든 것이 기억났다고 실토했다. 그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한 줄기 긴 그림지가 드리워졌다. “언제 적 일?” 남사택이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배어 있었다. “언제 적 일이 생각났다는 거야?” 초요는 남사택의 목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눈앞의 남사택에게는 깊은 죄책감과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사택 선배.” 그녀는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이것은 예전에 그를 부를 때 쓰던 호칭이었다. 남사택의 심장이 갑자기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모든 염려가 풀려 개운하게 느껴졌다. 사실 남사택도 언젠가는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온다는 것은 그가 그녀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이런 날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지금처럼 그녀와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을 조금 더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택 선배. 그동안 1년 넘게 저와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 것도 너무 고마워요.” 초요의 말을 들은 남사택은 초요가 그에 대해 품은 감정이 언제나 고맙고 미안할 뿐이며 남녀의 정을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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