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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장

기모진도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에 조사한 고승겸에 대한 자료가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소만리는 고승겸이 방금 기자 회견장에서 있었던 장면을 봤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고승겸이 갑자기 나타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모진을 공격하러 온 것일까? 소만리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어느새 고승겸이 그녀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모진을 한번 힐끔 보고는 바로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당신 데리러 왔어. 집에 가려고.” 간단명료한 고승겸의 말은 담담하게 들렸지만 저변에는 기모진을 향한 고승겸의 강렬한 도발이 움츠리고 있었다. 집에 가려고. 그의 소만리에겐 하나의 집밖에 없다. 소만리도 이미 기모진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채고 있었고 뒤에 있던 기자들도 곧 따라나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소만리는 기자들 앞에서 너무 많은 화제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예의 바른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겸 도련님, 소개할게요. 이쪽은 제 남편 기모진이에요. 전에 바다에서 제 목숨을 구해준 거 너무 고마워요. 내 남편도 너무 고맙대요.”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빛을 읽고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전에 내 아내를 구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고승겸은 소만리와 기모진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눈빛만 여전히 소만리의 몸 위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당신이 나에게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소만리, 진심을 다해 당신을 구해준 사람을 속이고서도 당신은 양심이라는 게 없어?” “...” 역시나 그는 그녀가 진짜 소만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소만리도 더 이상 회피하려고 하지 않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고 먼저 입을 열었다. “고 선생님, 불만이 있으시면 지금 바로 제 사무실로 가셔서 얘기합시다.” 고승겸은 가늘고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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