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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장

소만리는 종이 한 귀퉁이를 움켜쥐고 옥상 가장자리에 서 있는 여온을 바라보며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말했다. “여온아, 이제 엄마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서 있어, 알았지?” 소만리는 아이에게 얘기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러자 기여온은 갑자기 고개를 저었고 인형 같은 얼굴에는 더욱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계속 다가서다가 아이를 더 자극하는 꼴이 될까 봐 얼른 걸음을 멈추었다. “기 부인, 당신 딸입니까?” 주변에 있던 경찰이 물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붉게 물든 눈동자는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작은 여온을 에워쌌다. 소만리의 마음은 마치 폭탄에 낙인찍힌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그것보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어떻게 여기에 서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괴로웠다. 의혹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소만리의 귓가에 또 경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 부인, 당신 아이라면 아이와 얘기를 좀 나눠보시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좀 물어봐 주세요. 가능한 한 빨리 내려와야 합니다. 만약 실수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소만리는 눈을 붉히며 눈살을 찌푸렸다. 가슴 아프게 여온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었다. “아이가 말을 할 줄 몰라요.” 경찰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지만 주변에 있던 기자들에게는 그다지 뜻밖은 아니었다. 예전에 기 씨 본가에 인터뷰하러 기자들이 왔을 때 위청재가 한바탕 욕을 퍼붓고 기자들을 쫓아낸 적이 있었다. 그때 강연에게 납치당했던 충격으로 여온이 말을 못 하게 되었다고 위청재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이 말은 과연 사실인 것 같았다. “기 부인, 당신 딸은 얼마 전 살해당한 강연에게 납치당해 말을 못 하게 된 겁니까? 정말 그렇다면 기모진이 강연을 죽이려는 동기는 더욱 강해졌을 거예요.” 옆에 있던 뭔가 꿍꿍이를 품고 있던 경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소만리는 차갑게 흘겨보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사람을 구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나랑 사건을 분석하자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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