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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하늘이 내린 벌

성강희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민할 틈도 없었다. 이건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네 사람 모두 차에서 내려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캠핑을 온다고 편하게 운동화를 신은 김하늘, 소은정과 달리 어딜 가든 하이힐을 고집하는 한유라는 오늘도 역시나 높은 구두 차림이었다. 이때 성강희가 소은정을 향해 손을 뻗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김하늘과 하이힐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는 한유라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말했다. “강희야, 넌 하늘이 부축해. 난 유라 끌고 올라갈 테니까. 서둘러.” “은정아, 유라야. 조심해!”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김하늘도 입술을 깨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사태가 일어날 때는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산에서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분간하기 조차 힘들었다. 휴대폰 플래쉬가 내뿜는 빛은 곧 어둠에 의해 삼켜지고 차가운 바람과 빗방울이 칼날처럼 네 사람의 얼굴을 스치고 흘러갔다. 소은정의 손을 꼭 잡은 한유라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투성이었다. 머릿속에 하얘지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붕괴로 인한 굉음은 마치 귓가에서 울리는 듯 생생했다. 결국 하이힐을 벗어던진 한유라가 훌쩍이며 소은정의 손을 꼭 잡았다. “은정아, 괜찮아. 겁 먹지 마.” 소은정, 그리고 한유라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였다. “유라야, 괜찮아. 강희랑 하늘이도 바로 우리 앞에 있어. 곧 따라잡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의연한 척 한유라를 다독였지만 뒤편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과 더 세지는 빗줄기에 소은정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은정아, 유라야! 빨리 와!” 바람 사이로 김하늘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빗방울이 마치 송곳처럼 얼굴을 때리고 한유라의 손을 꼭 잡은 채 움직이는 소은정의 발걸음도 점점 느려져만 갔다. 네 사람 중에서 가장 약골인 한유라는 누가 봐도 그녀에게 짐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한유라는 누가 뭐래도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였으니까. 한편, 숨을 헐떡이는 한유라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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