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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향 피우기

태양빛이 어두운 밤의 장막을 가르고 대지를 비춘다. 하지만 햇살에 눈이 부신 듯 소은정의 눈에 떠오르는 건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길을 걷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쉬지 않고 달리던 소은정은 발을 헛디디고 심연으로 떨어진다... 무중력 공간으로 떨어지는 듯한 소름돋는 느낌에 소은정이 악몽에서 깨어나듯 눈을 번쩍 뜬다. 식음땀이 이마를 따라 흘러내리고 낯선 공간을 둘러보던 소은정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질거리는 머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손을 뻗어 만져보니 붕대가 감긴 상태였다. 철컥! 라이터를 켜는 소리에 소은정이 고개를 돌리고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동하...?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진다. 정말 소은정이잖아?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한손에는 라이터를 다른 한 손에는 노란 긴 막대기 같은 물건을 쥐고 있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다 잔뜩 쉰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나 죽은 거예요? 향이라도 피우려는 건가?” 또다시 지금 여기가 현실세계가 맞는 건가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한편 소은정의 목소리에 움찔하던 전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걱정과 가쁨이 담긴 눈동자로 다가오는 전동하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소은정의 모습을 살피고 또 살폈다.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고 소은정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한참을 망설이던 전동하가 겨우 질문 하나를 뱉어냈다. “내가 누군 지 알아보겠어요?” 전동하의 질문에 소은정은 괜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글쎄요? 저 아세요?” 소은정의 말에 전동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뭐야? 그냥 장난 좀 친 건데 왜 이래? 생각보다 진지한 전동하의 리액션에 깜짝 놀란 소은정이 해명하려던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강희, 김하늘과 한유라였다. 정신을 차린 소은정의 모습에 친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왔다. “은정아, 드디어 깼네. 이 계집애야. 진짜 깜짝 놀랐잖아!” 한유라가 팔을 뻗어 소은정을 안으려던 그때 전동하가 그녀의 앞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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