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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음침한 술수

“은정 씨...” 소은정이 바로 해명했다. “여긴 제 방이에요. 못 믿겠으면 들어와서 확인해 보시든가요.” 유한슬은 애써 미소로 실망감을 감추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전...” 지금 이 시간에 왜 외간 남자를 만나러 왔는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 남자는 소은정의 전 남편이지 않는가! 어색함과 긴장감에 유한슬은 얼굴이 빨개지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 묘한 침묵이 이어지고 소은정은 유한슬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래, 길하늬만 챙길 수는 없지. “박 대표님한테 연락드릴게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직접 하세요.” 전 와이프로서 전 남편의 연애 사업에 이토록 적극적이라니. 소은정 스스로도 자신의 너그러움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소은정이 휴대폰을 꺼내려하자 유한슬은 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 아니에요. 아, 생각해 보니 아직 대사 숙지가 다 안 끝났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말을 마치고 돌아선 유한슬은 들고 있던 술병을 소은정에게 건넸다. “이 술... 저희 가문 비법대로 제가 직접 빚은 거예요. 맛 좀 보세요.” 그렇게 술잔과 술병을 안겨주곤 유한슬은 도망치 듯 자리를 떴다. 술병과 술잔을 번갈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렸다. 박수혁, 돌싱이지만 여전히 잘 나가나 봐. 여자들이 끊이지 않네. 이혼 전에는 인기가 더 좋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든 소은정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인기가 얼마나 많았든 지금 인기가 얼마나 많든 어차피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방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유한슬이 주고 간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셔보았다. 깊은 향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달콤함과 알코올의 쓴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술이었다. 온갖 좋은 술들을 다 마셔본 소은정이지만 독특한 풍미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한슬, 이 정도면 박수혁을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이때 소파에 올려둔 아이패드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야? 갔어? 다들 박수혁이랑 뭐라도 해보려고 온 여자들이지? 쯧쯧, 남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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