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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들의 잠옷

그러나 은정은 문을 열자마자 길하늬가 섹시한 블랙 잠옷 치마를 입고 넓은 어깨를 드러낸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치자 서로 깜짝 놀랐다. 특히 길하늬는 얼굴색이 새하얗고 정교한 화장으로도 당황하고 난감한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그가 꼬신 것이 소은정의 전 남편이었기에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본처를 본 것처럼 불안했던 것이다. 소은정은 순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옷차림새를 보면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래위를 훑어보는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길하늬는 땅에 난 틈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 소 사장님, 죄송합니다. 당신도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곧 문을 열었다. "박수혁은 이 방이 아닙니다. 여기는 내 방이에요. 들어오시겠어요?" 길하늬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이미 현장에서 간통을 당했다는 느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어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더라도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이 바로 소은정이다. SC 그룹을 전부 소유한 어린 공주님이다. 그녀를 대하는 도준호의 조심스럽고 알량스러운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일부러 사람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녹화 도중 박 사장님이 기분을 잡치게 해서...” 그는 소은정이 믿지 못할 가봐 횡설수설하며 설명하였다. 이 순간 그녀는 사실 놀라서 혼이 나갔다. 소은정은 그녀가 이렇게 애써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말을 해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는 관심도 없다. 질투할까 봐 그런가?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친절하게 휴대폰을 꺼냈다:"내가 박 사장에게 연락드릴게요. 직접 말씀하세요.” "제발..." 길하늬가 격동하여 말렸다. 얼굴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내일 말해도 마찬가지예요. 소 사장님에게 폐를 끼쳤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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