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6화 이 정도면 충분해
하지만 채태현은 한순간 생각을 정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박 대표님께선 참 자상하시네요. 저도 걸어서 가려고 했어요. 자신에 대한 조그마한 도전이라고 치죠.”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물길을 헤치며 걸어갔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쓸쓸하면서 확고해 보였다. 소은정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배가 적기도 했고 맞은 편에 연락해 다시 배를 가져오라고 하기엔 시간도 걸리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려 저벅저벅 걸어갔다. 박수혁은 재빨리 따라가 그녀의 손을 잡고 채태현의 손을 잡았던 손가락을 힘껏 문질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빨갛게 되도록 문질러 하얗고 여린 손이 더 눈에 띄었다. 소은정은 차갑게 손을 빼더니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왜 그래요?”
박수혁의 눈시울이 언제부터인지 빨갛게 변했고 그는 낮은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당신 앞으로 그 자식이랑 말 섞지 말아요.”
소은정은 어이없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예요.”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고 곧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랬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당신이 채태현을 촬영에 초대했죠?”
그녀가 아니라면 이런 이익적인 연관이 없을 것이다. 소은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화가 나거나 어색하면 알아서 나가면 되는 일이 아닌가! 박수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 그러고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나 하나로 안돼요? 가짜까지 필요한 거예요?”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보았다. 예리한 눈빛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해 보였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손을 내밀어 그의 옷깃을 정리해주며 청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자는요, 한 명 더 많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없어요. 영원한 남자친구가 없을지는 몰라도 나에겐 남자친구가 아주 많아요.”
박수혁은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그는 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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