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5화 트라우마
불쌍한 척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 말을 들은 채태현은 한순간 몸이 굳어진 채 발버둥을 멈췄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은 이미 그의 허리까지 찼다. 어색한 공기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한순간 호수를 차고 넘쳤던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다급한 비명이 뚝 그쳤다.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배에 조용히 앉아 복잡한 눈빛으로 물속에 있는 채태현을 바라보았다.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몇 번 힐끔거리던 그녀는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물이 참 옅긴 하네요.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지 않을래요?”
채태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두려웠을 뿐인데, 겨우 이 정도로 얕을 거로 생각지 못했을 뿐인데, 참 쪽팔리긴 했다. 더욱이 소은정 앞이었으니 더 창피했다.
“아... 아니, 됐어요.”
박수혁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필요 없으면 그냥 물에서 우릴 좀 밀어줘요, 그런 난리를 떨었으니 우리 팀은 진 거나 다름없어요.”
남자가 두 명이나 있는 팀이 남자 한 명도 없는 팀에게 지다니. 쪽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은정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잠깐, 조금 전 채태현 씨의 상앗대가 수혁 씨의 상앗대에 걸리지 않았어요?”
박수혁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정은 다시 한번 따져 물었다.
“설마 정말 배 저을 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 서툰 솜씨로 채태현의 상앗대를 걸었고 그래서 채태현이 물에 빠진 것이다. 그 순간 박수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위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물속에서 순순히 배를 밀고 있는 채태현을 힐끗 보고는 마른기침을 했다.
“할 줄 알아요, 요트도 운전할 줄 아는데요, 뭘.”
소은정은 그를 흘겨보며 배를 저을 줄도 모르면서 억지 부린다고 생각했다.
한편 채태현은 안간힘을 다해 배를 밀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까지 배에 탔으니 150kg이 되는 무게였다. 그는 불쌍하게 열심히 밀고 있었다.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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