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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이제 그만 꺼져

소은정은 문 어구에 서 있는 그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의 손에 쥐어진 네이비색 선물 박스에 얼룩이 져 그의 길고 깨끗한 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벌게진 두 눈으로 박스를 넘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다시 주워 온 거야. 제발 날 거절하지 마.” 그는 입에서 단내가 낫고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그는 체면도 불구하고 그녀를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진 자기가 아주 초라해 보였다. 방금 발걸음을 돌렸을 때 소은정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소은정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역시 같은 자세로 가만히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몇 초 후, 소은정이 미소를 짓더니 그의 손에서 박스를 건네받고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 옆에 있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박스를 바닥에 버렸다. 그러곤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 “됐어, 이제 꺼져.” 이에 박수혁이 그녀의 두 눈을 보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미안해.” 그는 너무 충동적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그녀가 결혼했을지라도 기어코 뺏어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한 탓에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는 심경이 복잡했고 남들 앞에서 부리던 건방도 그녀 앞에선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직도 할 말 남아있어?” “조건을 고쳐도 괜찮으니까 우리 다시 결혼하면 안 돼?” 그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바로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다! 잠시 후,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냥 날 갖고 싶다는 얘기잖아.’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말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그는 손가락을 떨며 답했다. “지금은 희망이 없겠지만...” 그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소은정이 콧방귀를 뀌었다. “알면 됐어.” “하지만 언젠간 꼭 하게 될 거야!” 그는 이를 꽉 깨물고 결연한 표정을 보였다. 소은정은 그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정권이 그한테 쥐어진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박수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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