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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연기 좋았어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뭐야? 정신 차려. 박수혁이 불쌍하기라도 하단 거야? 소은정은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혁과 시선을 마주했다. “알면 됐어.” 매정한 소은정의 말에 마음이 아프긴 박수혁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을 끌던 멋진 뒷모습이 오늘만큼은 외롭게 느껴졌다. 협박도, 회유도 통하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소은정 앞에서만큼은 무력해지는 자기 자신이 미웠다. 이때 룸에서 나온 강서진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형, 얼른 좀 와봐! 태성이가 지금 당장 애부터 지워야 한다고 난리... 어? 은정 씨?” 이에 소은정은 싱긋 미소를 지어준 뒤돌아섰다. 외롭지만 결연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수혁은 또다시 아려오는 가슴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표정을 관리했지만 손톱이 파고들어갈 정도로 꽉 움켜쥔 주먹이 지금 이 순간, 박수혁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충 눈치챈 강서진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려던 그때, 박수혁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형!” 부름에도 대답 없이 움직이는 박수혁의 모습에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든 강서진이 뒤를 따라가던 그때, 룸 안에서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젠장...” 짧은 욕설을 내뱉은 강서진은 잠깐 고민하다 결국 룸으로 다시 돌아간다. 소은정이 다시 룸으로 돌아오지 그제야 원한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남녀 사이는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이 맞나 보다. 그 천하의 박수혁이 여자 앞에서 결국 고개를 숙인 걸 보면. 박우혁은 약속대로 비싼 양주를 주문했지만 이미 기분이 잡친 소은정은 술을 마실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붉은 눈시울로 그녀를 바라보던 박수혁의 눈빛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야. 괜한 희망을 심어주는 것보다 현실을 제대로 짚어주는 게 맞아. 언젠가 나도 새로운 연애를 할 테고 박수혁 당신도 재혼할 거잖아.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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