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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2화 암시

전동하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 정체를 인정했다.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중년 남자의 온화한 외모와 강인한 모습으로 보아 전동하는 그를 결코 속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은정이 위급하다는 핑계를 대며 전동하를 여기까지 이끈 사람이 조우태였다. 전동하의 몸이 불편하다는 걸 눈치챈 조우태는 마음 한편에서 묘한 동정심을 느꼈다. 조우태는 동정의 시선으로 전동하를 바라보지 않았다. 자기 시선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걸었던 번호가 전동하였다는 사실에 그는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은정 씨가 실제로 알코올 중독으로 실려 왔어요. 은정 씨와 가장 최근에 통화한 사람이 저라 와인바 사장님께서 저한테 연락했더라고요. 친구라고 생각했나 봐요. 저보다는 보호자분이, 남편분이 직접 오시는 게 옳다고 판단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하게 됐어요." 그는 '남편'이라는 두 글자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전동하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제가 직업 특성상 정신과 의사이다 보니 은정 씨가 저랑 만나는 걸 꺼려 할 것 같아요." 꺼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전동하가 반응이 미세하게 변했다. 정신과 의사라도 전동하 같은 사람의 내면을 헤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리 방어 메커니즘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국 심리를 들킬 수밖에 없었다. "동하 씨가 돌아오셨으니까 은정 씨도 곧 좋아질 것 같네요. 앞으로 동하 씨가 은정 씨 약 좀 챙겨주세요. 정기적으로 상담 받으러 오면 은정 씨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부탁드릴게요." 인상을 찌푸린 전동하를 아랑곳하지 않고 조우태는 말을 이었다. 전동하는 심란한 눈빛으로 누워서 곤히 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둘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짓던 조우태가 말했다. "다른 환자분 예약이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을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서 안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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