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9화 전략적 후퇴
임유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 남에게 짓밟힌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박수혁처럼 매너 있고 인성 좋은 남자가 이렇게 매정한 말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타격이 컸다.
한참이 지난 뒤, 팀 배치를 끝낸 선생님이 사람들을 체육관 중앙으로 불렀다.
박수혁은 그제야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직도 안 갔어?”
임유경은 자신이 지금 자리를 뜬다면 앞으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면 과거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여자들과 똑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다.
도망치는 건 그녀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대표님을 위해서라면 한 아이의 새엄마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지적 받아들일게요.”
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임유경은 길게 심호흡한 뒤, 계속해서 말했다.
“예리와 대표님 사이가 많이 안 좋은 거 알아요. 예리가 우리가 만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전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예리 편은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만 지지해요.”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잘 전달한 것 같아서 가슴이 후련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선생님이 부르는 곳으로 뛰어갔다.
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박예리 얘기만 없었더라도 괜찮았다.
그 얘기까지 나오자 임유경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이 들었다.
같은 반에 소지혁과 같은 취미를 가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바둑은 선생님이 특별히 소지혁을 위해 만든 이벤트였다.
상대가 없으니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지혁과 마주 앉았다.
소지혁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가 내려놓은 바둑알 위치를 바꾸며 사실 상 스스로와 대결했다.
두 사람은 조용하게 체육관 옆 교실에서 바둑을 두었다.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이미 바깥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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