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4화 번거롭게 됐네
이한석이 이를 악물었다.
“안진... 기억하시죠?”
안진이라는 이름이 귓구멍에 꽂히는 순간, 도혁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겪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닌 듯 이한석은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갔다.
“안진은 동남아로 돌아간 뒤로 아버지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현재 동남아의 가장 큰 군수물자 브로커는 바로 안진이죠. 그 오빠란 사람은... 해외에서 전문적으로 돈 세탁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동생과 오빠의 복수를 하겠다며 박 대표님을 타깃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사업적으로 엮이게 된 게 바로 함정의 첫 단계였죠.”
상황을 설명하는 이한석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태한그룹 한국지사 지사장으로 취임하고 이한석은 당연하게도 비서로 일할 때보다 많은 일을 도맡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은밀한 비밀 역시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바닥의 추잡한 실상에 대해 알면 알아갈 수록 박수혁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지금 잠시나마 그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장 위를 걷는 듯 불안한데... 그동안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지 예상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이한석의 시야에 단호한 소은정의 얼굴이 들어왔다.
눈앞의 이 여자는 박수혁 대표와 징한 악연으로 얽힌 사람이다.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라고.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아니. 어쩌면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박수혁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혐오로 가득찬 눈동자가 꾹 닫힌 소은정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해 괜히 마음이 답답해졌다.
차가운 적막을 깬 건 소은정의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한테 그 정도로 휘둘리는 박수혁이라니.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그쪽에서 사모님과 예리 아가씨를 납치했습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지만 예리 아가씨가 안진의 오빠라는 사람에게 반해 버려서... 대표님의 구조 계획을 전부 유출해 버렸죠. 그래서 회장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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