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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7화 억만장자

발없는 소문이 멀리 퍼진다고 소은정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알바로 고용된 가짜 팬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행인들까지 몰려들었다. 대중들에게 널리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보다 신비로운 베일에 감춰진 재벌들의 삶이 사람들에겐 더 큰 먹잇감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개미떼처럼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앞으로 움직이는 것마저 힘들어지고 그 와중에 채태현은 “보디가드” 연기에 심취한 것인지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요. 괜히 스캔들 나지 않게 제가 똑바로 해명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녀를 일부러 이쪽으로 유인한 거면서 그녀를 위로하는 척하는 채태현의 뻔뻔한 얼굴에 소은정은 화가 치밀었지만 애써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동하 씨, 제발 나 좀 구해 줘요...’ 이때 인파를 뚫고 나타난 기자가 미친 듯이 소은정을 향해 외쳤다. “소은정 대표님, 최근 SC그룹이 아시아 최초로 스마트칩 프로젝트를 따내셨다면서요? 이 덕분에 회사 주가도 많이 상승했는데 뭐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기자의 말대로 SC그룹이 유럽 스마트칩 생산건을 독점으로 따낸 덕분에 기사도 많이 나고 주가도 예쁘게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었다. 뭐, 최근 소찬식의 건강 상태 때문에 그 일로 기뻐할 겨를 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관한 질문이니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SC그룹이 되겠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소은정이 꽤 친절한 말투로 대답하자 사람들은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소은정 대표님, 이번 프로젝트에 태한그룹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사적인 관계 덕분에 투자금을 따내신 겁니까?” “회사 일에 사적인 감정은 석지 않습니다.” ‘또... 또 박수혁...’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낙인처럼 따라오는 박수혁의 존재가 소은정은 혐오스러웠다. ‘누구 한 명이 죽어야 끝이 나려나...’ 하지만 굳은 소은정의 표정에도 눈치없는 기자는 질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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