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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그냥 좀 억울해

비록 요리 실력은 바닥이 드러났지만 비싼 레스토랑에 특별히 배달 서비스까지 부탁하느라 나름 거금을 치른 한유라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표정이었고 소은정도, 전동하도 지옥에서 온 요리보다 검증 받은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게 백 배 더 낫다고 생각했으므로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식사가 끝나고 와인을 몇 잔 들이킨 한유라는 이미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른 모습이었다. 식탁 정리를 마친 전동하가 레스토랑 측에 전화를 걸고 아까 함께 챙겨온 간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밥을 이미 잔뜩 먹었음에도 뭐가 허한지 바로 과자를 우걱우걱 먹는 한유라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던 소은정이 조용히 전동하에게 눈치를 주었고 바로 그 뜻을 캐치한 전동하는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나 혼자 자야겠구만... 술기운 때문인지 눈물을 참는 건지 한유라의 눈동자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소은정은 말없이 따뜻한 물수건을 건넸다. “그 사람... 어제는 전화 한 통도 안 하더니 오늘은 백 통 넘게 하는 거 있지? 진짜 웃기지 않아? 뭐, 내가 오늘쯤엔 또 속없이 실실거리며 다시 다가갈 줄 알았나? 미친 자식.” 한유라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실렸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꿀물을 건넨 소은정이 말했다. “이미 마음 정한 거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 너도 할 만큼 했잖아. 그럼 아쉬움도 미련도 없는 거 아니야?” “알아. 나도 아는데... 그래도 왠지 억울해. 내가 그 자식한테 들인 시간이랑 정성만 생각하면... 진짜 내 인생을 갈아넣은 남자였거든? 그런데... 바뀐 게 하나도 없어. 왜 그러는 걸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티가 많이 났던 걸까? 그래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그날 그 사람이 내 뒤를 쫓아서 함께 나왔더라면... 아니. 그날 연락이라도 해서 사과를 했더라면 마음은 식었어도 이렇게 허무하진 않았을 것 같아. 그 사람의 침묵이 날 천하에 웃긴 여자로 만들었어.” 너무나 지쳐보이는 한유라의 모습에 소은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은 가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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