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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자존심 챙겨

한유라는 민하준과 죽도록 싸웠던 나날들, 민하준의 끔찍한 사기극에 절망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그녀가 민하준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건, 아니 떠나지 못했던 건 황당하지만 사랑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콕 집어 이유를 말할 순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유라는 왠지 이 관계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고 민하준에 대한 그 어떤 소식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생일 파티를 나가는 순간, 한유라는 확신했다. 아, 이제 이 관계도 끝이구나. 내 사랑은 이미 모두 불태웠구나. 사랑이라는 필터가 걷히고 이성을 되찾고 나니 모든 게 뚜렷해졌다. 그녀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한유라는 체면도 잃었고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왜 남자 때문에 내 모든 걸 버려야 해? 싫어. 이건 한유라답지 않아. 이 모든 게 민하준 그 남자 때문이라면 그 부분만 잘라내면 그만이야. 대화를 나누던 소은정과 한유라가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과 달리 가까이 가보니 식탁에는 나름 풍성한 한끼가 차려져있었다. “뭐야? 너 요리는 언제 배운 거야?” 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요리는커녕 평생 라면 한 번 자기 손으로 끓여본 적 없는 애가... 그녀의 질문에 한유라가 턱을 살짝 치켜세웠다. “뭐 타고난 재능이랄까? 주방만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져.” 피식 웃음을 터트린 소은정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식탁을 바라보던 그때 전동하가 간식과 와인을 챙겨든 채 들어왔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 전 대표님. 오늘 두 사람 뜨밤 보내야 하는데 제가 방해된 거 맞죠? 그래도 저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한유라의 농담에 전동하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리가요. 유라 씨는 은정 씨 절친이잖아요. 제 험담이나 하지 말아주세요. 저 진짜 차일 수도 있으니까.” “와... 은정아, 난 진짜 모르겠다. 저렇게 착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긴 해? 뭐 더 이상한 결함 같은 거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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