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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관종

소은정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평소에는 치고받고 하는 오빠지만 지금만큼은 옆에 있어줘서 마음이 든든했다. 용기를 낸 소은정이 대답했다. “저는 연예인도 공인도 아닙니다. 제 사생활에 대해 대답할 이유도 의무도 없습니다. 또다시 저희 집 앞으로 찾아오시면 사생활 침해로 바로 고소하겠습니다.” 방금 전에는 기세에 밀려 살짝 흠칫 하긴 했지만 그녀는 인기를 바라는 연예인이 아니다. 기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박수혁 씨와 서민영 씨의 관계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서민영 씨의 사고 소식에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만약 서민영 씨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로 다치거나 죽었다면 제가 신을 매수했다고 생각하실 건가요?” 어색한 분위기 속, 기자들 중 하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소은정은 심호흡으로 분노를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다시 두 사람 일로 저한테 찾아오지 마세요. 두 사람 관종짓에 장단 맞춰줄 생각 없습니다.” 말을 마친 소은정은 소은해를 남겨두고 바로 자리를 떴다. 뭐야? 구해줬더니 이렇게 버리고 떠나는 거야? 소은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여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편, 소은해만 남자 기자들은 자리를 떠야 하나 인터뷰를 계속해야 하나 망설이기 시작했다. 기자들 중 일부가 주섬주섬 카메라를 정리하자 소은해가 비아냥거렸다. “뭐 저에 대해 물으실 건 없으신가 봐요? 저랑 은정이 사이가 궁금하시다면서요? 박수혁, 서민영 두 사람의 교통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 물어볼 거예요?” 소은해가 내뱉은 질문은 확실히 기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기사거리긴 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기자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뜨려던 그때, 소은해가 가장 앞에 서 있던 기자의 옷깃을 잡았다.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베테랑 기자였던 그는 소은해에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므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저희는 더 이상 묻고 싶은 게 없습니다. 하실 질문 있으시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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