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9화 반쯤 죽은 상태
“전동하 그 자식이 여자한테 미쳐선 내 등에 칼을 꽂았어! 배신자 새끼, 당장 전동하 불러와!”
“소은정... 소은정 그 여자도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 바로 그 계집부터 죽여버릴 거라고.”
“내가 여기서 무너질 줄 알아? 전인그룹은 내 거야. 전동하 그 자식이 뭔데 내 걸 빼앗아가는 건데!”
아버지의 발악을 듣고 있던 전동하는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소은정과 함께 있을 땐 단 한 번도 담배에 손을 대지 않았던 전동하였다.
소은정이 담배 연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곁에 소은정도 없고... 혼자서 아버지를 마주하려니 왠지 지치고 힘이 풀렸다.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갈 때쯤 의사가 병실에서 나오고 진정제라도 투여한 건지 광기 어린 욕설이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전 대표님?”
그제야 의자에서 일어선 전동하가 힐끗 병실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좀 괜찮아진 겁니까?”
“네. 진정제를 투여했고 아마 곧 잠이 드실 겁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전동하의 인사에 의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벌가 자제임에도 조금의 거만함도 느껴지지 않는 전동하에게 병원 직원들 모두가 이미 푹 빠진 상태였다.
잠시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간 전동하가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공허한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전인국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반면 조용히 의자에 앉은 전동하는 평소 소은정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어쩌면 그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는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
약 10초 정도가 흐른 뒤에야 전동하가 들어왔다는 걸 눈치챈 전인국은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약기운에 결국 다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전동하를 바라보는 전인국의 눈은 누가 봐도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은 아니었다.
“이 배신자 새끼... 감히 날 병원에 가둬? 날 평생 이곳에 가둬둘 셈이야? 난 네 아버지야.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마지막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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