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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임신

롱패딩으로 온몸을 감싼 추하나는 수척해 보이면서도 얼굴에 살짝 살이 올라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놀라긴 했지만 소은정은 별일 없다는 듯 다가갔다. 추하나도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제가 노시는데 방해된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그런데 나 만나러 온 거 맞아요? 우혁이 보러 온 게 아니라?” 고개를 젓는 추하나의 눈동자가 살짝 어두워졌다. 그 모습에 소은정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으니까. 이때 추하나가 가방에서 파일을 하나 꺼냈다. “회사로는... 찾아갈 엄두가 안 나서요. 오늘 대표님이 파티에 참석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이거 전해 드리려고 왔어요.” 파일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소은정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떨려왔다. 회사 해체 제안서였다. 내용을 쭉 훑어보던 소은정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니 이게 도대체... 하나 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회사잖아요.” 소은정의 질문에 추하나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심혈 맞죠. 그런데 앞으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깊은 한숨을 내쉰 추하나의 눈동자가 눈물로 반짝였지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은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덕분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자본, 기회, 인맥... 제가 가진 모든 건 다 대표님 덕분이었어요. 그래서 이 결정을 내리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대표님이기도 하고요.” 추하나가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추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 말해 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고개를 젓던 추하나가 한숨을 쉬었다. “저... 임신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로펌 운영은 힘들 것 같아요. 커리어 우먼도 누구나 다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임신이요?” 소은정이 눈이 커다래졌다. 소은정은 자연스럽게 박우혁을 돌아보았다. “우혁이 아이 아니에요.” 추하나의 말에 소은정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강서진... 그 사람 아이에요.”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추하나가 입술을 깨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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