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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장

”그건 안 돼요. 이렇게 며칠 동안이나 못 봤는데. 난 꼭 내 남편을 집으로 데려가야겠어요.” 갑자기 지하실 입구에서 달콤하고 청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가 가만 듣고 보니 언초가 노려보는 경호원들을 무시하고 침착하고 천연덕스럽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기묵비는 언초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눈빛이 미묘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날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언초는 아예 기묵비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기모진 곁으로 다가갔다. 기모진의 등에 있는 커다란 핏자국을 보고 언초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며 입을 열었다. “기모진, 다쳤어요? 어서 병원에 가요.” 언초는 그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친 집착을 보고 소만리는 단호하게 손을 뿌리쳤다. “기모진, 어서 가세요. 당신 약혼녀가 더 이상 당신을 걱정하게 하지 말아요.” “기 부인 말씀이 맞아요. 기모진 어서 가요.” 언초는 기모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기모진의 시선은 오로지 소만리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많지 않아 언초는 직접 기모진의 손목을 잡아당겨 억지로 밖으로 끌고 나왔다. “언초 양” 기묵비가 바삐 걸어가는 언초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내 별장에서 기모진을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언초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말했다. “기 사장님 말씀 정말 재미있게 하시네요. 내가 내 약혼자를 내 집에 데려가겠다는데 당신 동의가 필요한가요? 내가 내 약혼자를 데리고 가는 걸 막을 권리가 당신한테 없을 텐데요.” 말이 떨어지자 언초는 기모진을 부축하고 걸어갔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기묵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 정말 초요인가? 아냐. 초요는 이런 말투로 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일에 기묵비를 우선으로 두었고 그가 하는 모든 말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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