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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장

기모진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귀에 절절하게 울렸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한 남자에게 있어서 죽음은 그렇게 두려워할 만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 품에 가는 것이다. 기묵비는 이 광경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모진이 괴로워하면 할수록 그는 더욱 통쾌했다. 소만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기묵비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소만리!” 기모진은 기묵비를 향해 가는 소만리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모진은 이미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 순간 기모진의 손목에 묶여 있던 사슬이 끊어졌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기묵비는 몹시 놀랐고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어언이 벙벙하여 멍하게 서 있었다. 어떤 힘이 이 사슬을 끊게 했을까. 기모진의 마음은 오로지 소만리에게 향해 있었다. 기묵비는 이런 상황을 보고 손가락을 들어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했다. 경호원들이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 기모진을 겨눔과 동시에 갑자기 소만리도 허리춤에 몰래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서슬 퍼런 기세로 기묵비의 관자놀이를 겨누었다. 상황이 급변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만리가 총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기모진조차도 소만리가 이런 무기를 가지고 다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의 놀라움과는 달리 그녀의 기세는 그녀 앞에 있는 어떤 남자들에 뒤지지 않았고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흔들림이 없었다. 소만리의 이런 모습을 보니 기모진은 잠시 정신을 잃는 듯했다. 그는 예전에 그녀가 몹시 화를 내며 분노한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민첩하고 신속하게 모두를 장악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어떤 다른 여자에게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말했지. 그에게 상처 주는 짓은 하지 말라고.” 소만리의 어조는 차갑고 냉정했으나 기세는 천둥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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