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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8장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달콤한 세 글자가 남연풍의 심장을 후벼팠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고승겸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고승겸은 이미 굳게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갈기갈기 찢겨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남연풍을 뒤로 한 채 고승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바다를 향해 갔다. 매서운 칼바람이 찢겨진 그녀의 심장을 아프게 스쳤다. “안 돼! 승겸, 제발 그러지 마! 승겸!” 남연풍이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고승겸을 잡으려다가 휠체어에서 넘어졌다. 고승겸은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차가운 모래 바닥에 넘어진 남연풍을 보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부여잡고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향해 힘껏 손을 뻗었다. 고승겸은 가슴이 미어졌지만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안 돼, 안 돼. 승겸, 안 돼...” 남연풍은 고승겸이 몸을 돌려 자신의 떨리는 손을 잡기를 바랐지만 그는 좀체 돌아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지척을 사이에 두고도 두 사람은 이승과 저승에 있는 것처럼 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팔을 뻗어 보아도 그와의 거리는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연풍,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나 같은 사람 잊고 이 번뇌와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어.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사는 거야.” 고승겸은 마지막으로 말을 남기며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 바다를 향했다. 남연풍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눈앞이 컴컴해졌다. “승겸, 안 돼!” 남연풍의 감정이 무너졌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겹겹이 들려왔다. 남연풍은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고승겸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고승겸, 지금 여기서 뛰어든다고 당신이 한 짓이 모두 깨끗이 지워질 것 같아?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 고승겸의 발걸음이 멈칫했고 도저히 그 목소리가 믿기지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이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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