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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9장

눈앞의 광경이 믿을 수 없었던 사람은 고승겸 뿐만이 아니었다. 남연풍도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이 아닌가 착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사람의 얼굴과 피부를 본 순간 남연풍은 자신이 착각한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소만리? 정말 당신이에요?” 소만리는 자신을 보며 놀라워하는 남연풍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예요. 어서 일어나세요.”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남연풍은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이 붉어졌고 흐릿한 시선에 또 한 사람이 보였다. “기모진? 기모진 당신도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소만리는 남연풍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연풍과는 반대로 고승겸은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고 멀쩡한 두 부부를 보더니 분노와 의문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며 고승겸은 담담한 척하며 가볍게 웃었다. “기모진, 당신 목숨 하나는 정말 질기군.” 고승겸은 비꼬는 말투로 말하며 소만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두 사람이 함께 이 세상의 마지막을 맞이했으면 해서 당신을 끌어들였는데 오히려 당신은 기모진을 구했나 보군.” 기모진은 다정한 눈길로 소만리를 쳐다보았고 의기양양하게 매서운 눈매를 들어 올려 고승겸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래, 맞아. 아내를 내 곁으로 보내줘서 정말 고맙군. 내 아내만 내 곁에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어. 난 내 여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결코 눈 뜨고 볼 수 없거든.” 기모진의 말을 들은 고승겸의 눈에는 점점 사악한 빛이 감돌았다. 소만리는 기모진과 함께 힘을 합쳐 남연풍을 휠체어에 앉혔다. 남연풍은 휠체어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고승겸 곁으로 다가가 맹렬하게 고승겸의 손을 잡았고 더 이상 그가 기모진을 향해 다가가지 못하도록 했다. “승겸,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내 말 들어. 우리 자수하러 가자.” 남연풍은 혹시나 고승겸이 기모진과 소만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까 봐 온 힘을 다해 고승겸의 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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