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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장

소만리. 시중은 똑똑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만리는 이 시중이 얼마나 도도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기 선생님과 저는 방금 남녀 사이의 관계를 맺었단 말이에요. 그러니 나야말로 기 선생님을 돌볼 자격이 있는 사람이죠.” 시중의 말이 소만리의 귓가에서 맴돌았다. 소만리의 목구멍에 갑자기 뭔가가 걸린 것처럼 그녀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소만리는 바로 정신을 다잡았고 그녀가 기모진을 뒤돌아보려고 하던 순간 기모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소만리의 갈색 눈동자가 번쩍였고 그대로 기모진의 부드러운 눈빛에 부딪혔다. 그러나 따뜻하던 그의 눈빛은 이내 날카로운 매의 눈빛이 되어 옆에 서 있던 시중에게 향했다. “내 가까이 있어야 할 사람 중에 내 여자 소만리보다 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어. 요 며칠 동안 날 돌보게 해 준 걸로 난 너한테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만약 소만리에게 이런 식으로 대항한다면 난 너와 목숨 걸고 싸울 거야.” “내, 내 여자 소만리?!” 시중은 경악하며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기 선생님, 지금 내 여자 소만리라고 했어요?” 기모진은 시중을 쳐다보기조차 귀찮다는 듯 바지를 챙겨 들고 욕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방 안에 있던 소만리는 침대에서 내려와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시중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진작에 당신한테 말했었지. 기모진한테는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내가 당신한테 충고해 줬잖아.” 소만리는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채 서 있는 시중을 돌아보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 “당신이 지금 스스로에게 한 짓은 누구도 원망할 수 없어.” “...” 시중은 얼굴이 붉어졌고 목을 길게 빼고 머쓱해했다. “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에요? 당신은 기 선생님에게 어떤 사람이에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분명 겸이 도련님의 아내인데 왜 자꾸 기 선생님과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거예요? 기 선생님은 또 왜 당신을 내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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