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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장

시중은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것을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이죠?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구요?” 시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소만리와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부부라니? 그렇다면 소만리는 왜 겸이 도련님과 결혼하려고 했을까? 도저히 그녀의 머리로는 답을 생각할 수 없었다. 고승겸은 왜 시중인 자신과 기모진을 엮어주려고 했던 것일까? “소만리,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 기모진은 미안한 마음을 품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여기는 말하기 좀 그러니까. 우리 우선 여길 떠나자. 내가 이미 내일 아침 비행기 티켓 예약해 뒀어. 우리는 내일 집에 가는 거야.” 기모진은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고승겸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까?” 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승겸은 지금 자기자신도 지키기 버거울 걸.” 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다정하게 웃으며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시중은 돌아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언짢은 얼굴을 하고 그들 앞으로 달려갔다. “기 선생님, 설마 그냥 가시는 거예요? 난 그게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요?!” 소만리와 기모진은 발걸음을 멈췄고 시중의 말에 기모진의 얼굴에는 갑자기 언짢은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해명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미안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시중은 더욱 슬픈 표정을 하면서 이번에는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채 기모진을 주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쓸쓸함이 가득해 보였다. “기 선생님, 난 진심으로 선생님을 좋아해요. 방금 일어난 일은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한 거예요. 그래서 전 너무 기뻐요. 그러니 제가 당신과 같이 가게 해 주세요. 앞으로도 기 선생님을 잘 돌볼게요.” “절대,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어.” 기모진은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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