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장
소만리가 남연풍의 방으로 들어서며 문을 살짝 닫았다.
방에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남연풍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남연풍은 잠든 지 얼마 안 됐는지 아직 얕은 잠을 자고 있어서 소만리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다가온 소만리를 보고 남연풍은 어리둥절한 듯 놀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안색은 매우 나빠 보였는데 분명히 병적으로 초췌한 것 같았다.
소만리는 자신에게 네 번째 발작이 일어났을 때도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친 사람처럼 아무 소리나 막 떠들며 머릿속에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서로 얽히고설켰던 나날들.
정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남연풍, 나 기억해요?”
소만리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남연풍의 고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소만리예요.”
“소만리.”
남연풍은 소만리의 이름을 따라 말했다.
“그래, 나 기억해요? 기억나는 게 뭐가 있어요?”
소만리가 계속 물었다.
남연풍은 천천히 얼굴을 돌려 위쪽에 있는 전등을 멀끔히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정말 업보라는 게 있나 봐. 허, 허허허...”
남연풍은 자조적으로 말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소만리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남연풍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변화를 유심히 살폈다.
남연풍의 자조 섞인 웃음소리를 들으며 표정을 살펴보니 왠지 정신이 맑아 보였다.
예전에 자신이 독소의 영향을 받고 완전히 정신이 지배당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남연풍과 그녀는 같은 독소가 아니었던 걸까?
소만리는 계속 의심이 들어 물어보았다.
“남연풍, 왜 유일하게 하나뿐인 해독제를 나한테 줬어요? 당신이 독소를 개발한 이유는 나와 내 남편을 견제하고 상대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곧 당신의 목적이 달성될 텐데 왜 이 시점에서 당신은 반대로 행동했어요?”
소만리의 말을 들은 남연풍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의 등만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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