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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장

고승겸의 싸늘한 시선이 안나의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다. “너도 이제 돌아가도 돼.” “...” 안나는 입을 삐죽거렸다. 내키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다. 그저 얌전한 척 억울한 척 쭈뼛거리며 여지경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어머니,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오늘은 많이 바쁘고 정신없으셨을 테니 푹 쉬세요.” 여지경은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래, 들어가 쉬어라.” 안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금방 그 자리를 떠났다. “소만리는 아직도 안 깨어났니?” 여지경이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고승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요즘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소만리랑 그 기모진인가 하는 사람 사이에 아이가 세 명이나 있다는 사실 너 아니?” 여지경은 갑자기 화제를 돌려 고승겸에게 물었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몇 명의 아이가 있는지 전 신경 쓰지 않아요.” “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여지경은 기함을 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승겸아, 너 소만리를 그 정도로 많이 좋아한다는 거냐?” “좋아한다...” 고승겸은 이 단어를 읊조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서 들어가 쉬세요. 내일도 바쁘니까요.” “...” 여지경이 뭔가를 말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고승겸은 아예 돌아서 버렸다. 그런 고승겸의 뒷모습을 보고 여지경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밤이 깊었다. 집안 식구들은 이미 모두 잠들어 있었다. 한 줄기 기다란 그림자가 조용히 누군가의 침실로 들어섰다. 침대에 누워 있던 소만리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듣고 눈을 번쩍 떴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녀는 익숙한 실루엣이 그녀에게 빠르게 접근해 오는 것을 보았다. “소만리.” 기모진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소만리는 얼른 일어나 앉았다. “당신 어떻게 또 왔어?” “소만리, 내가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줄게.”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덥석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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