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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장

소만리는 통증이 밀려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어, 너 왜 나 모른 척해?” 사화정은 다소 시큰둥한 표정으로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등 뒤에 일어난 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엄마를 무시하겠어?” 소만리는 사화정의 손을 꼭 잡았다. 사화정의 꾀죄죄한 얼굴에 순진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보니 소만리의 마음이 또다시 아파왔다. 소만리는 자신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이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깨어나 보니 사화정은 깨어나 있고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소만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불길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사화정의 손을 잡고 방문으로 향했다. 번지는 불길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소만리는 코를 찌르는 연기를 흡입해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이때 사화정은 그제야 이 집에 불이 난 것을 알아차린 듯 어안이 벙벙해서 이리저리 활개를 치는 불길을 바라보며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엄마, 콜록! 우리 얼른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사화정의 손을 꼭 잡은 소만리는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바닥에 쌓인 쓰레기와 배달 상자들은 오히려 불이 빠르게 번지게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콜록콜록! 소만리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때 밖에서 심하게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나동그라지며 떨어져 나갔다. 기모진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만 막상 들어서자 짙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모진, 당신이야? 모진! 콜록콜록...” 소만리는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기모진이 들어온 것을 감지했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기모진은 입을 가리고 현관을 통과해 소만리와 사화정이 갇혀 있는 방을 찾아갔다. “소만리!” 짙은 검은 연기 너머 어렴풋이 사화정과 소만리의 모습이 기모진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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