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장
설마 방금 당신이 나타난 것이 나의 환각이었단 말인가?
아냐. 환각이 아냐. 당신 분명히 근처에 있을 거야.
소만리는 마음이 초조해서 기모진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방금 그의 존재는 분명한 실체였는데 마치 지금 그는 사라진 것처럼 갑자기 없어졌다.
모진.
소만리의 걸음은 갈피를 잡지 못 한 채 걸어갔고 계단 입구를 지날 때 문득 낯익은 온기의 손바닥이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잡아당겼다.
모진!
소만리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기모진의 힘에 이끌려 안전 통로 쪽으로 갔다.
남자의 훤칠하고 반듯한 몸매에 압도되었고 어둡고 희미한 빛 아래에서 호박색 눈동자는 소만리의 당황스러움과 떨리는 눈동자를 감싸 안는 것 같았다.
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들어 예전보다 더 하얀 얼굴을 쓰다듬었다.
“모진, 정말 당신이야?”
떨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기모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품에 뛰어들어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모진, 당신 살이 있었어. 너무 다행이야!”
“나 너무 보고 싶었어. 모진. 나 정말 너무너무 당신이 보고 싶었어...”
소만리는 반년 동안 그리웠던 마음과 감정들을 터트리며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그녀만의 환각일까 봐, 그가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그를 꼭 껴안았다.
다시는 자신의 세계에서 그를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었다.
비록 그의 외모가 왜 그렇게 많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포옹의 느낌과 체온은 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임을 알려주었다.
그의 몸에 배어 있던 쿨민트 향은 사라진 것 같았고 옅은 베티버 향기가 났다.
이 서늘하고 깔끔한 느낌은 부드럽고 순수하고 섬세하고 중독성 짙은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품에 안은 여인을 내려다보는 기모진의 눈에 기쁨의 빛이 스쳐갔지만 눈동자에 미묘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는 손을 들어 소만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울지 마. 나 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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