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8장
그의 아버지가 만약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박시준처럼 냉철하고 잔인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진아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화려한 삶 뒤에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아버지의 바람, 부모님의 이혼, 계모의 괴롭힘으로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보다 더욱더 비참했다.
그녀의 불행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스스로 꾹 삭히는 수 밖에.
"진아연, 그런 눈빛으로 보지마."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동정하지마."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동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일찍 내게 말해줬다면 우리가...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내 성격 때문이야. 일찍 말할 수 없었어."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은 하루 하루 쌓여갔어. 그래서 더욱더 말할 수 없었어. 진아연... 너와 함께 하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도 아니야..."
"전... 그게 싫어요." 그녀는 그의 뒤에 서서 말했다. "당신과 처음으로 알던 해에 전 저에 대해서 다 말했어요. 나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니! 웃기지도 않아요! 내가 기다려 주지 않았다면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도 말하지 않았겠죠?"
그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이 다 무슨 소용이죠. 그 말로 제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의 코트를 벗어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새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파서 이제 집에 갈래요."
이 하이힐은 저번에 여소정과 쇼핑을 갔을 때 산 것이다.
그때 신발을 신었을 때는 편했는데 걸어보니 발에 맞지 않았다.
마치 두 사람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다른 모습 때문에 끌렸지만, 오래 지나고 나서야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연아, 정말 내가 너한테 상처만 줄 거라고 생각해?" 박시준이 물었다.
"박시준 씨,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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