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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장

라엘이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라엘이는 곁눈으로 자기를 따라 들어온 이 여자를 몰래 훑어보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웬일로 자기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하는 걸까? 라엘이는 일을 보고 재빨리 바지를 올려 입었다. "라엘아, 이모가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여자는 라엘이가 옷 정리를 다 한 걸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박시준 씨가 보내서 온 거야." '박시준' 세 글자를 들은 라엘이는 바로 경계심이 사라졌다. 비록 아직 박시준을 아빠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평소 박시준이 라엘이한테는 잘해 주었었다. 적어도 박시준이 라엘이를 해칠 리는 없었다. 라엘이는 한시름 놓고 물었다. "방금 너무 놀랐어요! 근데 박시준 씨가 왜요? 무슨 일인데 직접 찾아오지 않아요? 바로 어제도 만났었는데!" 여자는 약간 제 발이 저렸다. "그건 이 일이 좀 많이 중요하고 특별해서 그래. 박시준 씨가 직접 너한테 말하면 네가 놀랄까 봐 나한테 너랑 얘기 좀 해 달라고 부탁했어." 여자의 말을 듣고 방금 안심했던 라엘이의 마음은 또다시 초조해졌다. "중요하고 특별한 일인데 왜 어린아이한테 말하는 거예요?" 라엘이는 평소에 어른인 척 자주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아직 아이라는 걸 잊고 그러는 건 아니었다. "엄마가 B국에 가 있긴 하지만 전화는 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안되면 저희 오빠한테 말하면 되잖아요!" 오빠도 라엘이랑 같은 나이였지만 라엘이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성숙한 아이였다.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너희 엄마도 몰라. 짙은 빨간색 박스에 관한 거야." 여자의 이 말에 라엘이의 표정은 굳어 버렸다. 짙은 빨간색 박스? 라엘이는 명절 때마다 수많은 선물을 받는다. 이 선물들은 모두 여러 가지 색깔 박스로 포장되어 있었다. 때문에 라엘이는 여자가 말하는 짙은 빨간색 박스가 뭔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라엘아, 조급해 하지마. 내가 말한 이 짙은 빨간색 박스, 박시준 거야. 혹시 너랑 오빠가 박시준 집에서 짙은 빨간색 박스 하나 가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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