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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화

“맞아요.” 여름이 나지막이 탄식했다. “어쨌든 지금은 최하준이 더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강 대 강으로 부딪혀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양유진이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곧 최하준이 모든 힘을 잃게 될 거라고 말해서 안심시키고 싶었다. 여름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여름 씨, 저기…우리 혼인신고부터 합시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고 나면 최하준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혼인신고요?” 여름은 깜짝 놀랐다. 막 청혼에 답한 참인데 이렇게 빨리 혼인신고라니,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지라 잠시 멍해졌다. “그래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나 보네요.” 양유진이 미안한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다시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혼인신고를 하면서 결혼식도 동시에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결혼식은 동성에서 합시다. 난 누구처럼 혼인신고만 하고 제대로 된 식은 올려주지 않는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고마워요.” 여름은 유진의 말을 들으니 의심이 풀리면서 불안도 날아갔다. 이제 와서 더 망설일 이유도 없는 듯했다. 더구나 양유진은 여름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이제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여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네요. 바로 동성에서 예식 준비를 하도록 할게요. 너무 이목을 끌면 안 되니까 예식을 너무 성대하게 치르지는 못하겠지만 꼭 예쁘게 해줄게요.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도 모시고. 아, 나중에 여울이랑 하늘이에게 화동을 부탁하죠.” 흥이 오른 듯 양유진이 열심히 말했다. “좋아요.” 여름이 머뭇거리며 끄덕였다. “하지만 유진 씨 부모님께서 제게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아시게 되면….” “벌써 다 아세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내가 여름 씨를 너무 좋아하니까요. 여름 씨 말고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러니 부모님은 어쩔 수가 없죠.” 양유진이 여름의 배를 흘끗 보고 말을 이었다. “쌍둥이를 낳는 사람이니 또 쌍둥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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