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화
하준은 편견으로 가득찬 송영식을 보니 찬물이라도 부어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마도 예전의 자신처럼 그래도 별 소용이 없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누구의 말도 귀에 안 들어오는 마가 낀 상태였다.
“자자, 기분도 좀 그런데 술이나 마시자.”
이주혁이 송영식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송영식은 줄기차게 받아 먹더니 곧 취해서 소파에서 곯아 떨어졌다. 이주혁은 느릿하게 한숨을 쉬었다.
“난 왜 지안이가 영식이를 위해주는 것 같지가 않고 오슬란을 잃으면 그냥 영식이를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준이 이상하다는 듯 주혁을 쳐다봤다.
“전에는 너도 지안이를 철석같이 믿었었잖아?”
“걔가 너무 그런 척을 잘 한 거지. 걔는 3년 전에 이미 변해있었는데 우리가 잘 몰랐던 것 같아.”
이주혁이 하준을 흘끗 쳐다봤다.
“어제 발표회에 넌 안 갔었지? 굉장했어. 임윤서랑 지안이가 똑같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거든. 그래서 영식이가 임윤서를 끌고 가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대.
예전 같았으면 영식이가 그런 짓 할 애냐? 그날 하필이면 임윤서 드레스 발이 지안이보다 훨씬 좋아보였거든.”
하준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아는 영식이라면 이유 없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송영식은 둔한 타입이라 누가 언질을 준 게 안라면 드레스 컬러가 어쩌고 하는 것은 눈치채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백지안이 그 점을 신경 썼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는 백지안이니 그녀의 기분이 어땠는지는 송영식이 신경썼을 것이다.
“주혁아, 난… 걔랑 결혼 안 해서 정말 너무 다행이다.”
하준이 한탄했다.
“곽철규 일은 정말 지안이가 말한 게 전부였을까?”
이주혁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도 절대 아니라고 말했을 테지만 지금은….
“모르지.”
하준이 힘없이 피식 웃었다.
“나도 영식이 비웃을 자격은 없어. 나도 전에는 완전히 지금의 영식이 같았잖아.”
“나도 남 얘기할 상황은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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