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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화

“있습니…” 주 변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기억하기로 그 시간에는 날이 매우 어둑어둑했습니다. 게다가 컴컴한 숲속이었는데 백지안 씨가 납치된 게 아니라 남자 둘과 같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요? 그렇게 컴컴한데 백지안 씨의 손에 뭐가 묶여 있는지 아닌지 그걸 어떻게 봅니까?” 주 변호사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일단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서…” 하준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 붙였다. “그 산동네 사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아니겠군요. 그렇다면 돈으로 그들에게 위증을 요구하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죠” “저는 절대로….” 하준이 냉랭하게 웃었다. “증인 매수는 불법이라는 점은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겠죠? 사실 백지안 씨가 묶여서 납치당하지 않았다고 입으로 말 해봐야 우스운 일 아닙니까? 재판관님, 저희 사건 당사자의 손을 한번 봐주시죠. 아직도 시퍼런 멍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날 묶여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최하준은 백지안의 손을 들어 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백지안은 법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준은 맹렬한 공격을 이어 나갔다. “변호사로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저희 사건 당사자는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백지안 시가 가해자인 육민관을 모함했다는 암시를 주다니 정말 너무 하군요.” “그러네. 완전히 선 넘네.” 방청객 석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여름은 하준을 쏘아보았다. 또렷한 까만 눈동자에서 증오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윤서가 분해서 말했다. “최하준 정말 비열한 거 봐. 재판관의 심리를 흔들어서 우리 변호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형이가 진짜 어렵사리 목격자를 증인으로 모셨는데 법정에 세울 수 없다니.” “최하준의 말재간에 저 아우라면 목격자가 증인으로 들어와도 졸지에 위증이 되고 말았을 거야. 유진 씨가 증거를 찾아 줬기 망정이지 진짜 완전히 질 뻔했어. 여름이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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