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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화

“준, 일부러 속인 게 아니야.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그 사람이 바로 날 납치했던 범인 중에 하나야. 그 일이 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인지는 알지? 그런데 그 인간이 우리나라까지 와서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거야. 그 인간 손에서 내 과거의 그 사진과 영상을 보는 순간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그걸 보게 될까 자꾸자꾸 돈을 가져다 바치게 되었어. 그런데 결국 돈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관계를 요구하더라고.” 백지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통에 찬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너무 싫었어. 매번 그놈이 내게 손을 댈 때마다 너무너무 싫었어. 준,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지만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사랑해. 평소에 내가 너에게 손대는 것도 싫어했는데 그런 사진을 보고 나면 날 더욱 혐오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 “일어나.” 하준이 손을 뻗어 백지안을 일으켰다. 백지안은 곧 하준의 품에 안겨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날 떠나지 마. 네가 없으면 난 죽어버릴 거야.” 순간 하준의 몸이 굳어졌다. 사실 백지안을 보석해 주기 전에 경찰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알려주기는 했었다. 협박을 당하는 상황이었으면 진작에 자신에게 말했어야지 싶은 마음에 백지안의 어리석음이 아쉬웠다. 그러나 백지안이 울며 안겨 오는 순간 하준은 자신이 계속해서 안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지안을 불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렇게 지안을 탓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어쩐 일인지 꺼리는 마음은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지안을 밀어내고 싶을 정도였다. “진정해. 일단 집으로 가자.” 일단 지안을 차에 태웠다. 상혁이 앞에서 운전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백지안은 하준의 가슴에 기대어 끊임없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제 곽철규도 죽었으니까 앞으로는 너에게 미안할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우리 이걸로 이제 서로 빚진 거 없는 걸로 하자. 전에 너도 강여름에게 가서 잔 적 있잖아? 몇 번이나 가서 자고 온 거 나도 다 알아.” 하준은 갑자기 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가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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